면목7동 오거리공원] 마법 같은 변화, 공원 화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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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669회 작성일 18-05-17 19:00본문
#. 이야기 하나_ 오거리공원 화단은 어떻게 달라지면 좋을까?
3주간 오거리공원에서 주민께 공원 화단에 대해 여쭤봤습니다.
“어떻게 달라지면 좋겠어요?”
주민들과 함께 공원을 더 아름답게 가꿔볼 생각해봤습니다.
많은 어른들이 오랜 시간 머무는 자신들의 공간을 더 사랑하고, 가꾸고, 좋은 문화 만들어가기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질문입니다.
“애들이 다 밟아서 풀들이 다 죽었어요.”
“노숙하는 사람들이 드러누워 자니까 다 대머리 땅이 됐지 뭐야!”
“펜스를 쳐야 해”
“저긴 그늘이라 맥문동 같은 거 심어야 해”
“난 힘이 없어서 못 도와”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적극적으로 함께 힘 보태겠다고 나서는 분은 없었습니다.
#. 이야기 둘_ 네 평 화단의 탄생!
그날도 여느 때처럼 공원에 나갔습니다.
“이리 와봐!”
송문수 어르신께서 데려간 공원 입구 화단에는 크기 다른 장미나무가 심겨져 있었고, 펜스도 쳐져 있었습니다. 일주일 사이 멋진 네 평 화단이 탄생한 것입니다.
“어머! 어떻게 된 거에요?”
“저~~~이가 이렇게 다 심어놨지! 상 줘야 돼!”
지난겨울 윷가락 모임을 이끌어주셨던 성태 아저씨를 가르키셨습니다.
아저씨 혼자 다 하신 것이냐고 여쭤보니
“그냥~ 동네 다니면서 버려진 화분 주워와 심은 거야.”
겸손하게 이야기 하셨습니다.
나무 종류도 여러 가지고, 크기도 상태도 제각각이었습니다,
그래도 누군가의 애정 담긴 이곳이 공원에서 제일 멋진 공간으로 보입니다.
아저씨께 펜스에 대해 여쭤보니, 아이들이 화단을 밟을까봐 세워둔 것이라고 했습니다.
매일 오시는 공간, 아름답게 가꿔갈 마음 가지신 것이 너무나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복지2팀이 열심히 주민께 화단 가꾸기에 대해 여쭤보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이야기 셋_ 다 같이 중곡3동 공원 구경 가기!
지난번에 주민들이 1월 윷가락 놀이 같은 행사 또 안하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행사 같이하자고, 어떤 것 하고 싶으시냐고 오늘 여쭤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성태 아저씨 칭찬하셨던 송문수 어르신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여기도 중곡3동 공원같이 해놔야 돼!”
“네?”
들어보니 중곡3동 공원은 아주 멋지게 잘 해놨다며 오거리공원도 그렇게 가꿔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멀지 않다며 꼭 가보라고 하셨습니다.
내친김에 같이 가보자고 하니 깜짝 놀라셨습니다.
“걸어서 가면 조금 거리가 있는데...”
하시기에 복지관 차 가져왔다고, 같이 타고 가자고 했습니다.
옆에서 이야기 거드시던 송문수 어르신, 안00 어르신까지 넷이서 나섰습니다.
5분 걸려 도착한 중곡3동 공원은 아주 크고 멋졌습니다.
할아버지는 여기처럼 벤치도 있고, 펜스도 있고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여기는 관리자도 2명이나 있다고 하셨습니다.
같이 잘 보고, 공원 사진도 찍었습니다.
나중에 주민센터, 구청에 제안하려면 이렇게 우리가 함께 와서 본 것이라고 사진도 남기면 좋지 않겠냐고 말씀드리고 방문 기념사진도 남겨뒀습니다.
처음에는 쑥스러워 하시더니 잘 나왔느냐고 사진보자 하셨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드라이브 아주 잘~했다며 즐거워하셨습니다.
자기 공간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해보시는 모습도 보기 좋고,
우리 이야기 귀 기울여 들으시고 여러 가지 생각해주신 것도 감사한 날입니다.
#. 이야기 넷_ 함께 돌보는 네 평 화단
네 평 화단 주인공 성태 아저씨가 건강상의 문제로 수술을 했습니다.
열흘 정도 공원에 나오지 못하셨는데, 그동안 송문수, 이진구 어르신께서 화단에 열심히 물주셨습니다.
네 평 화단 자리는 볕이 많이 들어 금세 땅이 갈라지고 가뭄이옵니다.
그래서 물주는 게 중요합니다.
성태아저씨 못나오는 것 알고 송문수, 이진구 할아버지가 물 주실 거냐고 여쭤보았을 때
“뭘로 물 줘? 호수나 있으면 몰라도... 봉지로 주나?”
하며 껄껄 웃으시며 귀찮다는 듯이 답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또 화단을 가꿔두신 겁니다.
그새 나무들이 키도 크고, 잎도 더 푸르러졌습니다.
어떻게 물 주셨느냐 여쭤보니
“패트병으로 했지 뭐! 그거 뭐 어렵나?”
하셨습니다.
어르신들께 내일 구청에서 화단에 나무 심으러 온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여긴 이대로 둬야해! 여긴 건들면 안 돼”
하셨습니다.
화단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화단으로 뭉친 우정이 보기 좋았습니다.
성태 아저씨께도 이 상황들을 알려드리고 싶어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스피커폰 모드로 해놓고 다 같이 통화했습니다.
다행이 수술은 잘 마쳤고, 마침 내일 퇴원해서 공원에 올 참이라고 하셨습니다.
옆에 어르신들은 짧은 인사말과 함께 급하게 화단 소식부터 전하셨습니다.
“여기 내일 구청에서 온대! 내가 여기는 건들지 말라고 얘기 했어!”
“얼릉 와~ 자네가 이거 해야지!”
성태 아저씨는 다짜고짜 시작된 이야기에 조금 당황하는 것 같았지만, 이내 상황을 이해하시는 듯 했습니다.
질문 했을 뿐인데 조용히 호응해주시는 주민이 있어 네 평 화단이 생겼습니다.
서로의 존재는 알지만 이름도, 연락처도 모르던 이들이 상관하게 됩니다.
힘을 합쳐 돌볼 화단이 있고, 칭찬할 일, 고마운 일이 생겼습니다.
오거리공원에 좋은 기운 생동하게 되니 반갑고 행복합니다.
#. 이야기 다섯_ 오거리공원에 일어난 마법, 네 평 화단의 확장!
구청에서 나무를 심고 갔습니다.
어르신들이 나서 네 평 화단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일하시는 분들이 균일하게 심고가지 않으셨는지 여전히 비어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아쉬웠습니다. 그 공간은 공원에 계신 분들과 함께 채워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먼저 성태 아저씨께 전화로 여쭤보았습니다.
아저씨는 꼼꼼하게 질문하셨습니다.
“나무는 누가 사는데? 심으러 오는 사람은 몇 명이나 돼?”
나무는 복지관에서 사야하고, 일하시는 분까지 부를 여력은 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그러자 아저씨는 나무 값이 비싸다며 무척 걱정하셨습니다.
구청에 여러 군데 심다 남은 게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무거나 심어도 되니 전화해서 얻으라고 하셨습니다.
이틀이 지나 오거리공원에 가보니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비어있던 땅에 나무가 잔뜩 심어져 있는 것입니다.
마법사는 역시 성태 아저씨였습니다.
“잠이 안오길래 새벽에 나와 심었어.”
“네에에? 나무는 어디서 구하셨어요?”
“저기서 뽑아다 여기로 좀 옮겼지. 한쪽에만 쏠려 있잖아. 그럴게 뭐 있어.”
한쪽에만 몰려있던 사철나무와 맥문동을 널찍하게 펼쳐두니 공원에 빈자리도 없고, 안정감도 생겼습니다.
하늘이 아는지 비가 내립니다.
시원한 빗물 덕에 나무들이 더 깊이 뿌리내리고 옮긴 자리에 잘 정착하겠습니다.
유난히 잎이 푸릅니다. 먼저 가꾼 네 평 화단은 고운 장미가 활짝 폈습니다.
네 평 화단의 탄생에 대해 쓴 네 번째 이야기까지 당사자분들께 읽어드렸습니다.
쑥스러워하셨지만, 싫어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들 성태 아저씨가 잘 한 것이라 세워주셨습니다.
이제 잘 심어놓은 것들 죽지 않게 함께 잘 가꾸겠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이어 오거리공원은 잘꾸며 놓은 공원처럼 멋진 곳은 아니지만, 다른 어느 공원보다도 오는 사람 많은 곳이라고 하셨습니다.
시장 옆에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더 큰 이유는 인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오거리공원이라는 공간과 거기에서 만난 사람들을 사랑하는 어르신들의 마음이 전해집니다.
따뜻합니다. 자랑스럽습니다!